본문 바로가기
취업준비 자료 (2012~2013)/TESAT 자료방

(배경지식) 중앙은행의 변신과 역볼커의 순간

by Warm-heart 2013. 4. 19.

<시사경제 12> 중앙은행의 변신과 역볼커의 순간

2013/01/09

 

경제위기 불똥 튄 각국 중앙은행

 

 - 역할 확대에 기대와 우려 동시에 교차. 기대반 우려반

 

◆중앙은행의 변신과역볼커의 순간

아베 신조 내각의 출범으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중대 기로에 섰다.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 원칙 때문이다. 취임 하루 전인 25일 아베 총리는 연정 파트너인 야마구치 마쓰오 공명당 대표와 만나연간 물가상승 목표 2% △연간 경제성장 3% △에너지환경의료 부문 규제완화 등경제정책 3원칙에 합의했다. - 2012 12 27일 연합뉴스

☞ 중앙은행은 은행의 은행이다. 우리나라의 한국은행,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 영국의 영란은행, 일본은행, 유럽의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국 중앙은행은 대부분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공공적 성격을 가진 은행으로화폐(은행권) 발행을 독점하는 발권은행(issue bank)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로서 행동하는 은행의 은행(bank of banks) △정부가 거둬들인 국고금 등을 수납하는 정부의 은행(government bank)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두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역사는 놀랄만 하게도 그리 오래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System) 1914년 만들어졌고, 캐나다 중앙은행이 대공황 이후인 1935년 세워졌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국들이 생겨났던 1950년쯤에 59개였고,1990년쯤 161개로 증가해 거의 모든 국가에 중앙은행이 설립됐다. 한국은행은 1950년에 세워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앙은행은 왕실이나 정부의 재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화폐를 발행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즉 주조이익(시뇨리지, seigniorage)의 중요성을 간파한 정부(또는 중세 영주)가 화폐주조권을 독점하고,자신의 통제에 잘 따르는 은행을 중앙은행으로 키웠다. 최초의 중앙은행은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했다. 1668년 스웨덴 릭스방크(Riksbank)가 그 효시로 정부의 특허를 얻어 특수 상업은행 형태로 선보였다. 영란은행도 처음에는 주식회사 형태의 상업은행이었다. 윌리엄 3세가 프랑스 루이 14세와의 전쟁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윌리엄 패터슨이라는 금융인로부터 빌리고 그 대가로 대출업과 은행권을 독점 발행할 수 있도록 인가했다. 1694년의 일이었다.

 

 이처럼 탄생 과정에서 보듯 중앙은행들은 초창기 마음대로 돈을 찍어댔다. 그 과정에서 화폐의 신용도가 땅에 떨어지고 물가는 천문학적으로 뛰는 바람에 국가 경제는 파탄났다. 그래서 2차 대전 이후 통화가치와 물가의 안정이 중앙은행의 최우선 목표가 됐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모두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목표로 삼았다. 이와 함께 법에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함으로써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으로 돈을 마음대로 찍는 걸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보듯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이외에 고용(일자리)과 성장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나 성장은 그동안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왔던 분야다.

 

 일본 아베 내각이 결정한 물가상승 목표제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독립성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뒤흔드는사건이다. 일본은행이 독자적으로 설정할 통화정책 목표를 아베 내각이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1997년 법 개정 이후 15년동안 독자적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단을 선택해 왔는데 이젠 정부 말을 따라야 할 처지다.

 

 미국은 중앙은행 총재의 독자적 결정에 의해 중앙은행 역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벤 버냉키 Fed 의장은 지난달 12물가상승률이 연 2.5%를 넘지 않는 한 실업률이 6.5%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제로금리 정책( 0~0.25%)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Fed의 정책은 물가안정과 함께 고용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을 수치로 정해 정책에 직접 연계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회사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CEO는 버냉키 의장의 이같은 행보를() 볼커의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볼커(Volker)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의 연준 총재다. 그는 인플레이션을공공의 적’ 1호로 규정하고 기준금리를 22%까지 올리면서 인플레를 잡는 데 성공했다. 볼커의 순간은 이후 수십년간 중앙은행의 책무는 물가안정이며 이를 위해선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이 전제돼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을 만들어 놓았다. 에리언은버냉키의 발표는역 볼커의 순간으로 언젠가는중앙은행에 대한 통념을 바꾼 분수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중앙은행의 영역에 간섭하고, 중앙은행이 일자리에까지 간여하는 것은 경제가 너무 좋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일본뿐 아니라 미국 영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때문에 외부(정치권) 압력에 아주 취약한 처지라고 진단했다. 존 우드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 교수(경제학) “1694년 설립된 이후 318년 역사동안 영란은행이 독립적으로 움직인 시기는 최근 3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나머지 기간엔 왕이나 내각이 설정해준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해야 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일을 많이 한다고 경기가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가격 버블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정부가 중앙은행을 통제하기 시작하면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질 수도 있다. 경제위기의 불똥이 중앙은행 제도의 위기로 옮겨붙는 듯한 느낌이다.

 -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