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톡(21) 소득재분배와 누진세
2013/01/11
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21)
지난주에는 경제정책의 목표 중 형평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추구하는 경제정책을 통틀어 소득재분배 정책이라 한다. 소득재분배 정책은 정부가 세금을 거둘 때(조세)와 걷은 세금을 쓸 때(재정지출)에 적용할 수 있다.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대표적인 것은 누진세 제도다. 누진세는 소득이 많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소득에 대한 소득세는 5개 구간, 기업의 이익에 대한 법인세는 3개 구간으로 나눠 누진세를 적용한다.
예컨대, 소득세는 공제를 모두 받은 후의 소득(과세표준)을 5개 구간으로 나누고 낮은 소득 구간부터 6%, 15%, 24%, 35%, 38%의 세율을 적용한다. 만약 어떤 사람의 과세표준이 3억원이 넘으면 38%의 세율을 적용하는데, 3억원의 38%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 아니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 38%를 세금으로 낸다. 3억원 이하 금액은 각 구간에 해당하는 세율을 적용받는다.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2012년에 기존 최고 구간 위에 구간이 한 개씩 추가됐다. 고소득자, 대기업에 대해 세금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고소득자,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반대 주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늘어나는 복지 지출에 대한 재원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소득재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대하는 쪽은 증세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혹시 재원이 필요하다면 부가가치세 등 소득재분배 기능이 덜한 세금 인상을 이용하거나 최소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쟁의 핵심에는 결국 ‘효율성 vs 형평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있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세금은 효율성을 해친다. 경제주체들이 아무런 교란 요인 없이 시장에서 활동한 결과 효율성이 달성되는데, 세금은 교란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의 결과를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제고한다고 여겨지는, 교정세라 불리는 세금이 극히 일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세금은 효율성을 저해한다.
소득세는 열심히 일할 의욕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누진세 제도는 열심히 일해서 추가된 소득에 대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근로 의욕을 더욱 떨어뜨린다.
작년 말 프랑스에서는 소득세 최고 세율이 75%로 올라가면서 유명 인사들이 줄줄이 해외로 이주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소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이런 시장 왜곡의 문제 때문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증세, 특히 누진세 강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세제에서 효율성과 형평성 사이에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는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합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전제 군주의 대표 격인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상 콜베르는 “세금 징수는 거위가 최대한 덜 꽥꽥거리게 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털을 뽑는 기술과 같다”고 했다고 한다.
모두의 이해가 걸려 있는 증세라는 중대사에 새 정부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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