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무제한 돈풀기`가 글로벌 환율전쟁 촉발한다?
Q. 얼마 전 브라질이 ‘환율전쟁’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미국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푼 ‘양적완화’를 맹비난한 적이 있었죠.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어떻게 환율전쟁으로 연결되는 걸까요. 이번 주는 김형석 한국은행 국제연구팀 과장이 양적완화와 환율과의 관계, 환율제도 등에 대해 설명합니다.
환율전쟁과 환율제도
A. 우선 양적완화정책을 간단히 설명하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금융회사가 갖고 있는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에요. 금융회사가 채권을 팔아서 생긴 돈으로 대출해주면 사람들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공장설비에도 투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겠죠. 이렇게 중앙은행이 경제에 직접 돈을 공급하는 것을 양적완화 정책이라고 합니다. 선진국 양적완화는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요.
◆ 신흥국 수출경쟁력 약화
선진국의 화폐 발행이 늘어나면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선진국의 통화는 절하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화폐가치는 상대적으로 올라가 해당 국가의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죠. 이렇듯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의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전쟁에 빗대 ‘환율전쟁’으로 표현합니다. 브라질 같은 신흥국 입장에선 자국의 수출경쟁력이 약화되는 데다 늘어난 글로벌 유동성으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니 양적완화가 반가울 리 없겠죠.
이런 환율전쟁의 이면에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환율이 시시각각 변하는 변동환율제도의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잘 나타나 있어요. 지금은 환율이 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답니다. 미국 달러의 가치를 일정량의 금에 고정하고 다른 나라의 환율은 다시 미국 달러화에 고정하는 이른바 ‘금본위제’가 2차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이어졌죠. 이렇게 환율이 고정이 되는 것을 고정환율제도라고 합니다.
◆ 환율 변동 없는 고정환율제
사실 개인 입장에서는 고정환율제도처럼 좋은 게 없어요. 환율변동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예를 들면 해외여행을 할 때나 유학비용을 송금할 때도 환율이 고정돼 있으면 걱정거리가 줄어들어 참 편하겠죠. 외국과 무역을 하거나 해외 금융상품을 거래할 때도 물론이고요. 이런 고정환율제도의 장점은 유로화라는 단일통화를 쓰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출범하는 데 이론적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좋아 보이는 고정환율제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경제에 어려움이나 구조적인 변화가 발생했을 때 환율이 움직여서 자동적으로 불균형을 조정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니까 예를 들어 설명해 볼게요. 만약 어느 나라의 수출이 수입보다 작아 무역수지가 적자가 되면 나라빚이 증가해 그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죠. 그런데 변동환율제도에서는 이런 경우 지불해야 할 외화(수입)가 받는 외화(수출)보다 많아져 자동적으로 환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환율이 상승하면 우리가 수출하는 제품의 값이 저렴해져 수출이 늘어 무역적자가 줄어들게 돼요. 즉 변동환율제도에서는 환율이 경제의 균형을 맞춰주는 균형추 같은 역할을 하게 돼 경제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선진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것도 결국 이런 변동환율제도의 장점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지요.
◆ 높은 환율 변동은 불안 요인
하지만 변동환율제도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때때로 환율이 지나치게 출렁인다는 거죠. 과거 금융위기를 겪었던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가파르게 치솟는 환율 그래프를 보면서 가슴이 철렁했던 적이 있었을 겁니다. 이렇듯 변동환율제도에서는 과도한 자본의 유·출입이나 신용등급 조정 등 다양한 이유로 환율이 크게 움직일 수 있어요. 하지만 충격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선진국들과 달리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신흥국의 입장에선 과도한 환율의 변동성은 경계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이후 고정환율제도에서 시작해 차츰 환율의 변동성을 허용하다 1997년부터 자유변동환율제도가 정착했어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경제규모는 작은 데다 수출입비중 같은 대외의존도가 높아서 환율이 과도하게 변할 경우 그 부작용이 심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방지하기 위해 늘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죠. 또 지나친 변동성의 원인이 되는 자본유입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여러가지 거시 건전성 정책을 도입해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답니다.
김형석 <한국은행 국제연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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