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만기 길수록 금리 높은데…30년물 금리가 20년물보다 왜 낮지?
Q. 여러분, 최근 신문 보도에 ‘30년 만기 국고채’라는 표현을 많이 봤을 겁니다. 정부가 9월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채권이에요. 그런데 기사 내용 중에 “국고채 30년물 금리가 10년, 20년물보다 낮은 이례적인 금리 흐름이 9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문장도 있었을 거예요. 참 특이한 현상이었어요. 이번 주는 고경환 한국은행 자본시장팀 조사역이 금리 역전과 국고채 30년물 발행의 의미에 대해 설명합니다.
국고채 30년물 발행과 금리역전
A.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은 게 일반적입니다. 만기가 길면 원리금 회수나 물가변동 등과 관련한 투자위험이 커지기 때문이죠. 투자자는 위험이 큰 만큼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겠죠. 그런 점에서 요즘 30년물 국고채 금리가 10년물이나 20년물보다 낮은 건 이례적인 일이에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채권가격과 금리와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비례
1년 후 1만원을 받는 국고채 금리가 연 10%라고 치죠. 그럼 이 채권의 현재가치는 9091원입니다. 다시 말해 9091원을 넣어두면 원금과 10%의 이자를 더해 1년 후 1만원을 손에 쥐게 되는 거죠. 채권가격은 채권으로부터 미래에 받게 될 원금과 이자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거예요. 위 채권이라면 9091원이 가격이죠. 또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금리입니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상승할 때 채권가격은 하락하고 반대로 채권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채권금리와 가격과의 관계에 비춰 30년물 금리가 20년물 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30년물 채권가격이 20년물 가격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해요. 채권도 하나의 상품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고 보면 30년물의 경우 20년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더 많아서 가격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어요.
◆ 30년물 가격이 20년물보다 비싸진 이유
20년물과 30년물의 가격이 역전된 건 우선 경기에 대한 전망 때문이에요. 유럽 재정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세가 약해 국내 경기가 앞으로 장기간 부진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경기 부진이 오랫동안 지속될 테니 금리가 그동안에 쉽사리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는 거죠. 다음은 수급 요인입니다. 분리과세 등 세제혜택이 있는 장기채권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30년물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겁니다. 공급면에서는 다른 만기의 국고채에 비해 매달 발행이 4000억원에 그쳐 30년물의 공급물량이 매우 적은 상황이죠.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30년물 금리가 10년, 20년물 금리보다 높아져 만기별 금리가 제자리를 찾았어요. 이는 20년물, 10년물과의 금리 역전으로 30년물에 대한 가격 부담이 높아져 개인의 과열된 수요가 어느 정도 진정됐기 때문이죠. 또 금리 인하 기대가 낮아지면서 매매차익(자본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 기관투자가의 수요가 줄어든 영향도 있어요.
◆ 30년물 국채 발행의 의미는
국고채 30년물의 발행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안정 성장과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해요. 최근의 유럽 국가채무위기에서 보듯이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는 30년물이라는 초장기 국채의 발행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한치 앞도 모르는 마당에 30년 후에나 원금을 받을 채권을 살 리 만무하겠죠.
이런 점에서 이번 국고채 30년물의 성공적 발행은 우리 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고채 30년물 발행으로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요. 우선 정부는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죠. 대규모 사회간접투자(SOC) 사업 추진,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정부는 과거보다 장기자금을 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인데 30년물 발행으로 장기간 채권의 상환을 걱정하지 않고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운용할 수 있게 된 거죠.
둘째 금융시장 측면에서 초장기물 회사 채권에 대한 지표금리(기준이 되는 금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이에요. 이에 따라 토지주택공사, 도로공사 등 공기업들이 장기투자사업을 추진하면서 발행 중인 초장기채권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게 됐죠. 셋째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의 초장기채권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이에요.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연금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연기금보험사는 자산 규모가 커지는 동시에 연금 지급기간이 길어지면서 장기적인 자산운용이 필요해진 상황이죠. 이런 시점에서 국고채 30년물은 보험사들에 안전성이 보장된 최고의 장기투자 상품이 될 수 있어요.
고경환 < 한국은행 자본시장팀 조사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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