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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2010~2011)/Cinema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마세요 - 투아이즈 상상마당

by Warm-heart 2010. 8. 14.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마세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갑자기 상황에 몰려 하게 될 때가 있다. 절대 우거지국매니아가 갑자기 오늘밤엔 파스타를 먹으러 가자고 하거나, 평생 야근 한 적없는 신입이 불을켜고 PPT를 작성한다거나. 그들은 왜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했을까? 왜 하필 나는 그 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 굳이 이유를 들자면 그게 당신이니까 그런 것일 뿐이다. 나 역시 나였기 때문에 절대 보지 않았을 공포영화를 혼자보려니 무섭고 보긴 꼭 봐야겠다는 친구를 따라 얼떨결 시네마 좌석에 앉았다. 영화가 시작되자 소리를 꺄악 지른다. 절대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던 결과다.

 

   [투아이즈]의 배경과 인물에는 고풍스런 대저택. 외로운 소녀가 있다. 얼핏 보면 엑소시스트가 생각나는 설정부터 공포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도입부, 소녀는 거울을 보며 중얼거린다. "나와 꼭 닮은 그 아이. 그건 나였을까?" 불안한 아이의 눈빛 속에 말할 수 없는 호기심을 느끼며 숨을 죽이고 장면 속으로 들어간다. 

    평범한 맡벌이 집의 외동딸 리사. 바쁜 부모탓에 소외된 리사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노는등 혼자 노는법을 터득한다. 그런 리사에게 생긴 변화는 할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벨기에 대저택으로 이사가는 것이다. 이사 후에도 여전히 바쁘고 무서운 엄마에게 리사는 실망한다. 그리고 호기심에 엄마의 일기장을 훔쳐보다가 엄마에게 나쁜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리사는 이 집에 원한을 품은 엄마의 쌍둥이 여동생 카렌이 지하실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리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지금까지의 엄마가 낯설어 보였던 기억이 있는가. 나는 종종 어릴 때 엄마가 호되게 야단을 칠 때면 분명 내가 그녀의 딸이 아닐거라고 굳게 확신하곤 했었다. 적어도 내게 중대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거나 사소히 여길 때 그랬다. 엄마에 대한 야속함은 원망으로 바꿔져. 큰소리로 울며 엄마가 나쁘다고 주변어른들께 고자질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엄마 피를 이어받은 덜렁이인 걸 보아 엄마역시 새내기 어른으로 별반 다르지 않아 실수 한 것 뿐인데 내 반응이 극단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이의 순수함은 그래서 무섭다. 솔직하게 느끼는 대로 상상하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론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행동이 추가되기도 한다.

 

   내가 했던 행동이 마치 내가 한 것 같지 않을 때 귀신이 믿고 싶어진다. 귀신 쓰였다는 말처럼 무언가에 홀린 채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최소의 관용을 풀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에 몰려 했던 자신의 행동을 부정할 수 있을까? 귀신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리사의 아빠가 했던 말처럼 "우리가 보는 것과 만드는 것은 모두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까. 앞으로 리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 어린여자 아이의 어깨에 마음의 짐이 너무 무겁게 드리워져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김혜리기자와 불신지옥 이용주감독님 대담

 

  영화상영이 마치고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의 김혜리기자와 [불신지옥]의 이용주 감독님 대담이 이어졌다.

 

김혜리기자 : 저는 [투아이즈]가 사실 하나가 될 수 없는데 하나가 되려는 욕망이,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와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필요한데 계속해서 엄마와 함께하려는 심리나 쌍둥이 역시 다른 개체인데 하나이고 싶어해서 결국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처럼 불가능한 것을 바라는 욕망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봤는데요. 감독님 어떻게 보셨어요. 

 

이용주 감독 : 제가 [불신지옥]이후로 호러를 전혀 보지 않아서 그런지 제일 먼저 떠올랐던 이야기의 결말은 [장화홍련]이었어요.

 

김혜리기자 : 저 역시 [투아이즈]를 보고 여러 이야기가 섞여있는 복합적인 공포이야기 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대저택과 소녀는 엑소시스트가 생각나고 결말부분에서는 말하셨듯이 [장화홍련] 특히 [장화홍련]의 엘렉트라콤플렉스. 아버지를 좋아하고 어머니를 미워하는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아쉬운 건 리사가 아버지에 가진 애착이 좀 더 명확하게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물의 이미지에서는 [검은 물 밑에서]가 생각이 났어요. 이런 점을 봤을 때 [투아이즈]는 호러의 흥행공식을 모두 모아놓은 한 편의 단단히 작정하고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감독님 장편영화 입봉 전까지 멜로전문감독이었다고 하시던데 사실인가요?

 

이용주 감독 : 믿기지 않게지만 제가 [불신지옥]을 하기 전까지는 전혀 호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는 호러라는 장르를 아주 초기작품부터 학습을 해야했습니다. 마침 호러장르로 좋은 아이템이 있고 호러가 사실 저예산 촬영이 가능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이유로해서 입봉을 호러로 하게 된거죠.

 

김혜리기자: 어떤 것에서 사람들이 공포를 느낀다고 생각하세요?

 

이용주감독 : 저는 사람들이 놀라고 무서워하는 건 잘모르는 낯섬에 있다고 생각해요. [투아이즈]에서도 초반의 귀신의 등장은 무서움을 자아내지만 후반부에 리사가 카렌과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면 더이상 귀신으로서 무서운 존재감은 느껴지지 않죠. 계속해서 모르는 상황. 불안감을 주어야 두려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공포만 계속나온다고 해서 좋아하지는 않으시더라구요. (웃음) [불신지옥]을 하고나서 관객들이 공포를 통해 보고 싶은 건 공포 그 자체가 아니라 공포를 통해 해소되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공포영화의 패턴이 같더라고 사람들은 해소되는 결말을 보기위해 오는거죠.  

 

김혜리기자 : 그래도 [불신지옥]이 다른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평단에 획기적인 호러영화로 평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이용주감독 : [불신지옥]에서 자부심을 가지는 건 유일한 귀신의 퇴장씬이 있다는 거죠. 공포영화는 신기하게도 귀신의 등장은 있으면서 퇴장은 보여주지 않아요. 하지만 [불신지옥]을 보면 귀신이 퇴장을 합니다. 관심가지실지 모르겠지만... 다르게 하려 햇어요. 대중적으로 흥행은 못했지만 말이죠.

 

 

  우리도 저녁을 먹으며 귀신에 대한 짧은 담소를 나눠본다.

 

 "언니는 귀신 믿어요?"

 "응 나는 믿어. 그러니까 믿고 싶은거지. 이상한 일이 너무 많잖아."

 "언니, 저는 귀신은 안 믿지만 사람이 더 무서워요."

 "그러네. 듣고보니 그 말도 맞네."

 

    [투아이즈]를 보고 돌아와 자리에 눕자 막 보았던 장면처럼 옆을 돌아보면 카렌이 쳐다 볼 것만 같다. 무서워 몸서리를 치다가 가만 기억해보니 밀가루 떡칠을 하고 꾀재재한 옷을 입은 카렌보다 어른같은 표정의 아이얼굴로 섬뜩하게 웃던 리사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진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리사의 극단적인 행동의 이유는 역시 "자라는 아이에게 지금 놀아주지 않으면 다음이란 없다."는 말과 유사하다. 아이의 외로움과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 [투아이즈]을 결말을 본 지금. 나는 경고한다. 

 

      "절대 아이를 혼자 두지마세요."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글 | 야식대마왕

사진 | 네이버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