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마당 - 8월 단편 상상극장 '환상특급' 리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사람,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죽어도 보기 싫어하는 사람.

굳이 분류한다면 나는 파란색을 좋아하면서 공포물은 죽어도 못보는 사람이다.
지금껏 강제로(?)본 두 가지 영화 '알포인트', '새벽의 저주'를 제외하고는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알 포인트의 경우 군대에서 선임이 강제로 시청을 강요했기 때문에, 새벽의 저주는 역시
군대에서 야간 근무에 들어가서 간부분이 보기를 권유했기 떄문에...;;)

사실 이번 8월 상상마당 단편극장의 주제가 '스릴러'라고 하기에 살짝 의심을 했다.
혹시 스릴러를 가장한 '공포'물이 아닐련지...?


- 1 -

바캉스 Vacances

2009｜23min｜DV｜Color｜Dir_ 백주은

 

엄마 장례식을 치른 후, 민영에게 엄마가 찾아온다. 엄마는 자신의 장례식으로 들어온 조의금을 훔쳐달라고
민영을 꼬드긴다. 고소공포증 때문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를 곁에서 도우면서
 민영도 돈이 탐나기 시작한다.

 

[2010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 메리케이 우수상]

 

Filmography
2009 <포옹>

아래 '더보기' 를 선택하면 간단한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

첫 번째 작품은 백주은 감독의 '바캉스 Vacances'였다. 위쪽에 있는 홍보용 사진을 보면
어떠한 생각이 드는가? 상복을 입은 딸과 그 옆에 누워 있는 어머니.
누가봐도 이는 가족을 잃은 딸과 어머니가 쉬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무척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낄 수 있다. 거실에 있는 딸의 아버지와 친척들은 그 누구도
어머니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 나 아니였으면, 네 아버지가 저만한 돈을 언제 만져보겠니'

이와 같은 대사를 통해, 결국 딸이 치루고 있는 장례식의 대상은 어머니이며,
그녀는 귀신 혹은 유령의 상태로 딸의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포영화를 질색하는 취향에도 불구하고, 영화 '바캉스 Vacances'는 공포를 주기
보다는 오히려 해학적이다. 어머니의 다소 철없는 말투와 죽은 어머니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심히 여기는 딸의 공모(부조금을 훔치려는)는
오히려 실소를 유발한다.

영화가 끝나고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백주은 감독의 모습은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이미지와 부합했다. 자기 소개에서나 관객의 질문에
매우 수줍어 하며, 답하는 백주은 감독의 모습에서 스릴러라는 주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바캉스 Vacances'에서 느낀 일말의 궁금증이 풀렸다.

- 2 -

저주의 기간 The Cursed

2010｜22min｜HD｜Color｜Dir_ 허정

 

중간고사를 앞둔 토요일. 누나는 갑자기 2년 전에 잃어버린 우리집 개를 찾으러 가자고 얘기한다.

 

[2010 미쟝센 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 작품상]

 

Filmography

2007 <우리의 호흡> | 2009 <SF영화>

아래를 선택하면 간단한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

두 번째로 상영된 작품은 허정 감독의 '저주의 기간 The Cursed'였다.
사실 영화를 보려 좌석에 앉았을 때 까지만 해도 이번 단편극장의 주제가 '환상특급'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영화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처음 스릴러라기 보다는 조금은 해학적인 '바캉스 Vacances'를 본 이후
두 번째 영화를 맞이하면서 조금은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다가온
두 번째 작품은 첫 번째 작품보다는 조금 빠른 박자로 관객의 몰입을 가져갔다.

우등생인 딸과, 운동에 재능이 있는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이 '저주'라고 생각되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맞이하게 되는 어찌보면 불행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가족이 대처하는 모습. 그리고 저주의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무언가'가 해결(?)된 이후
그 이후에 벌어졌을 법한 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을 통해
이성과 논리로써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 3 - 

하드보일드 지저스 Hard-boiled Jesus

2009｜50min｜HD｜Color｜Dir_ 정영헌

 

[2010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Filmography

1996 <그들 또는 우리의 일기> | 2003 <면식사> | 2007 <수쟌느>  | 2009 <Pledging My Road>


아래 '더보기' 를 선택하면 간단한 리뷰를 볼 수 있습니다. ^^

마지막 작품인 '하드보일드 지저스 'Hard-boiled Jesus'.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는 내내 무척 '힘든' 영화였다.

하드보일드(Hard-boiled)란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형용사이다.
또한 1930년 전후로 하여 등장한 '사실주의'. 풀어 말하자면, 자연주의적인, 또는 폭력적인 주제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시점에서 묘사하는 수법이다.
불필요한 수식의 일체를 제외하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수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 이러한 사실을 공부하였기에,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여가며
글을 쓰고 있지만, 영화를 볼 당시에는 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제목부터 시작하여,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의구심에 휩싸여 있었다.

젊은 목사 요셉의 아내는, 기도원에 다녀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의식불명에 빠진다. 실은 아내가 기도원에 가지 않았으며, 음주운전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요셉. 아내에 대한 불신으로 괴로워하던 그의 앞에, 어느 날 의문의 남자 장도철이 나타난다. 요셉은 그를 아내의 정부로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위 내용은 하드보일드 지저스의 시놉을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이 영화는 한국단편경쟁 섹션에 초청된 12편의 영화 중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수상의 영예를 앉았다고 한다.  특히 '한국 단편 경쟁 섹션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족과 연애, 청춘, 가난, 노동 현실 등의 문제들과 그 안에 처한 사람들의 내면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훌륭한 촬영과 함께 주제에 대한 감독의 연출 역량을 보여준 정영현
감독의 <하드보일드 지저스>를 감독상으로 선정한다.'라는 높은 평을 받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인  중 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 유쾌한 영화는 아니었다. 내가 과연 목사 요셉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외간남자의 아이를 내 아이라 생각하고 키울 수 있을까? 아니면 하느님을 모시는
목자로써 생명을 존중할 것인가?

글 ㅣ 상상마당 서포터즈 박종서

사진 ㅣ 상상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