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5일, 상상마당에는 1년 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버린 마이클잭슨을 추억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살아서는 음악, 그리고 흑인이었던 자신의 삶과 처절하게 싸웠고 그래서 그 승자 없는 싸움에 의해 죽어갔던 그는 살아생전 '삶'에 대한 집착이 없었다. 언제나 현실세계와는 거리가 먼 어린아이의 세계를 꿈꾸었고, 자신 또한 어린아이이기를 바랬다.
혹자는, 흑인이었던 그가, 차라리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종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데에 힘썼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물론 그건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었기에 마치 악마와의 거래를 한 듯, 오히려 자신의 삶을 파괴하며 죽음을 향해가는 것으로서 삶을 뛰어넘는 삶을 살고자 했고, 죽어서는 그 죽음너머로 다시한번 건너가는 중이다.
공연을 한참 앞둔시간부터 2층 갤러리 마이클 잭슨 관련 전시와, 공연장의 마이클잭슨 영상 상영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의 공연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게다가 그의 광팬이 아닌 나의 감정을 뒤흔들어 놓는 충격파가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공연장은 사람들로 가득찼고, 공연은 차분하고 숙연하기까지 했던 임주연의 노래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시 조용해졌던 공연장은 지하드와 킹스턴 루디스카, 와이낫의 열정적인 밴드 공연이 계속되며 다시금 뜨거워졌다. 개인적으로는 브라스세션으로 중무장한 킹스턴 루디스카의 스카풍 편곡 마이클 잭슨이 가장 인상깊었다. 물론 제일 신나게 뛰고 논 것은 지하드 때 였지만.
그날 공연한 밴드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 한 것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 어렵다는 것과, 자신들을 음악으로 이끈 것이 마이클 잭슨이라는 것이었는데,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가 많은 음악가들을 음악에 입문하도록 했음을 새삼 느끼게 했다. 또, 공연 중간 마이클 잭슨 트리뷰트 댄스팀과 엔딩이었던 팝핀현준의 춤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마이클 잭슨의 춤이 얼마나 독보적인가였다. 미안하지만 애초에 그건 다른 이들이 범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것도 아닌 추모 공연이라, 게다가 하필이면 한국전쟁발발일이어서, 마냥 행복하고 신나게만은 할 수 없는 까다로운 공연이었음에도, 공연은 적당한 방식으로 잘 버무려진 것 같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참여한 이들이 약속된 드레스 코드(당연히 마이클 잭슨)를 거의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왠지 검은 자켓의 내가 마이클 잭슨의 가장 열성적인 팬이 된 듯 하여 부끄러웠기 때문에.
선불교 경전 [벽암록]에는, 어느날 노환으로 누워 있는 마 대사大師에게 그 절의 주지스님이 찾아와, 지금 돌아가시면 이 절의 경영이 어려워질 테니 부디 몸조심하셔야 한다고 하자 대사가 "사람의 목숨에는 일면불日面佛이 있고 월면불月面佛이 있다."라 퉁명스레 대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면불은 수명이 하루 낮 하루 밤이지만, 월면불은 수명이 천팔백년이나 된다.
마이클 잭슨 사망 1주기 추모공연을 위해 상상마당에 모여든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나누어 주는 마이클 잭슨의 가면, 또한 여기 뿐만 아니라 온 세계에서 마이클 잭슨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며, 불현듯 마이클 잭슨은 삼만삼천년을 산다는 범면불梵面佛이라 불리워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 ㅣ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김은준
사진 ㅣ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이신옥
'KT&G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2010~2011) > Live Ha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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