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정리]

2013/10/09(Sat)_비전

by Warm-heart 2013. 10. 9.

"귀하가 회사에 들어와서 이루고 싶은 비전이 무엇인가요?"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그리고 면접 질문으로 수없이 많이 접했던 질문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에 자소서에 끄적인 글과 면접관에게 한 답변에 스스로도 납득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필자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답변을 들었던 면접관들은 오죽했을까.


 취업을 준비할 당시에는 이 질문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생각했다. 매년 단군 이래 최악의 취업시장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대한민국 취업전선에서 매 시즌마다 적게는 20여개 많게는 50여개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한 산업 그리고 직군에 대한 비전이 있을리가 만무하다. 필자와 그 친구들이 그러했듯이 일단 들어본 기업이라면 몇 시간 정도 시간을 투자해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를 보고 조금 더 관심있는 친구들은 공시시스템이나 과거 보도자료 정도만을 확인한 후 지원을 한다. 물론 특정기업을 진심으로 열망하는 친구들은 몇 학기에 걸쳐 해당 산업에서 경험을 쌓는 등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남들보다 빨리 자신의 성향과 적성을 파악하고 진로를 결정한 행운아(?)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범인들은 졸업 한 학기가 남은 상황에서 영어점수를 만들고, 봉사활동을 하고, 공모전을 나가는 등 흔히 말하는 취업 스펙을 쌓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유를 지니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대부분의 취준생들을 비난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스펙 일변도로 몰아간 사회 분위기에 온전히 그 탓을 돌리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입사 후 비전을 묻고 그에 합당한 대답을 하지 못하면 노력이나 성의가 부족하네, 정신을 못차렸네 하는 그러한 시선을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1차, 2차 면접 때 '비전'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은 우리 회사의 당시 면접관 그리고 지금의 위원장님 이하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면접 당시 필자가 받은 질문은 주로 인성에 관한 것이었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위원장님께서 하신 "왜 개인의 잘못으로 빚을 진 사람들을 사회시스템이 나서서 구제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당시 필자는 위원회에 입사하고 싶은 분명한 이유를 몇 가지 지니고 있었으며, 그 중 하나가 위원장님의 질문과 연관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일 그 때 '귀하가 회사에 들어와서 이루고 싶은 비전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누가나 할 수 있는 그런 추상적인 답변 외에는 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