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개선방안에 덧붙여
김하운인천시 경제정책자문관
2013년 10월 02일 (수)
금융위원회는 최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서민금융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벌여놓아 이제는 지나치게 다기화한 서민우대금융을 한 데 묶기 위한 서민금융 총괄기구를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운영방식에서는 기관·상품별로 복잡하게 나뉜 자격조건을 단순화 내지 통일하면서 미소금융의 지속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또한 채무조정 제도 간 연계성을 높이면서 신용회복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는 등 질적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서민금융이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각종 우대적 자금지원제도를 통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서민금융이란 단어가 우리나라에 나온 배경에는 1962년의 국민은행법과 1972년 사금융 3법(단기금융업법, 상호신용금고법, 신용협동조합법) 제정이 있었다. 사금융에만 의존해 왔던 서민금융을 처음 법제화함으로써 제도권에 서민금융 영역을 설정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개발금융 동원을 위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던 가계금융 등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제도화해 기업금융 일변도의 금융체계를 보완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당초 서민금융은 철저히 시장원리에 따라 지원됐다. 자금공급은 은행권을 통해 기업부문에 우선 공급해야 했으므로 생산성이 낮은 서민금융은 신용할당 면에서 우선지원부문과 거리가 멀 수밖에 없었고 신용도가 낮은 만큼 높은 금리부담도 불가피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한 결과 기업부문의 상당한 자금조달이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은행여신은 중소기업과 가계로 쏠리게 됐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에 치중하고 있었던 서민금융기관은 점차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고위험 여신부문으로 밀려났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은행권에서 서민금융 심사를 강화하자 서민금융은 대부업에 대한 의존이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의 재정적 파탄이 만연되면서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정부주도에 의한 서민우대금융을 다각적인 면에서 확대하게 된 이유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감안하면 이번 서민금융제도 개선방안은 다기화한 지원조건을 통합·정리하고 도덕적 해이를 제거함으로써 서민금융의 시장성을 회복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돌아서느냐에 있다. 단순히 과거로 되돌아가기에는 그동안 변화한 시장여건에 고려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먼저 지원대상을 단순화한다고 하지만 핵심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과 새희망홀씨대출은 한 마디로 가계의 생계 또는 생업자금일 뿐이다. 일반대출의 주택담보 대신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이 필요하다. 보증비율을 10%가량 더 낮춰 건전화하겠다고 하지만 사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차라리 지원조건은 서민금융기관이 정하도록 자율성을 확대하면서 지원규모를 늘리도록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서민금융의 시장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미소금융이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주고 금융기관이 다양한 자금수요에 대응하도록 전대(轉貸)를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전대가 확대되면서 미소금융이 단순한 전대기금으로 전락할 우려도 안고 있다. 미소금융이 의미를 주었던 것은 공적 마이크로 크레딧(소액 서민자활 지원 금융)으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이 대폭 증가하면서도 금융조달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점을 감안해 미소금융이 기존 서민창업을 포함해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사회적 금융기구로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용회복위원회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허브'로 육성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불량자가 무지나 도덕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면, 자칫 음주운전자에 대한 교육 등에서 보는 것처럼 징벌적 교육이나 상담으로 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선대상자의 재무구조와 손익패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공하는 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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