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존의 키워드 ‘윤리경영’
경영학부
20611397
박 종 서
최근 기업윤리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론스타의 비리 혐의가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미국은 지난 해 엔론(Enron)사의 회계부정과 관련한 파문을 겪은 바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미국은 지난해 제정된 사르바네스-옥슬리(Sarbanes-Oxley Act)법, 즉 ‘상장기업들이 윤리강령을 반드시 보유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만약 없다면 왜 없는지를 설명해야 된다.’는 규정을 도입하였고 이를 통해 윤리경영의 자발적인 도입을 권고하였다. 이처럼 윤리경영이 사회전반에 있어 부각되는 이유는 엔론(Enron)사 파산의 계기가 된 회계부정과 최고경영자의 도덕적 해이를 치료할 수 있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윤리경영은 기업경영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여 ‘미국윤리임원협의회’라는 단체에서는 ‘기업윤리경영표준안’을 제정하였으며, 조만간 이를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제출하여 세계표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윤리경영의 국제표준화 작업이 완성되면 기업윤리가 품질인증과 마찬가지로 국제 거래의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게 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전에는 여유 있는 기업의 선택사항으로 인식되던 윤리경영이 지금에 와서는 기업생존의 필수요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소논문 ‘거상 임상옥을 통해서 바라본 윤리경영’은 조선 후기의 거상 임상옥의 경영마인드를 통해 기업경영을 바라본다. 여기서 언급되는 ‘임상옥‘은 조선후기의 무역 상인으로서 천재적인 사업수완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본 소논문에서는 임상옥의 뛰어난 사업수완 보다는 그의 윤리적인 사업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의 사업방침은 ‘재상평여수 인증직사형’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문장은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자면 평등한 재물을 독점하려는 재산가, 저울과 같이 바르지 못한 재산가는 언젠가는 그 재물에 의해 파멸을 맞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이 논문이 현대적 윤리경영을 이해함에 있어 임상옥이란 인물을 재조명 하는 이유이다. 이 논문은 내용적으로는 임상옥이라는 인물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하며, 형식적으로는 서론, 본론, 결론의 삼단구성을 취하고 있다. 서론에서는 윤리경영의 정의, 중요성, 필요성을, 본론에서는 거상 임상옥의 경영철학과 그것이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점 그리고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현재 윤리경영을 경영방침으로 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리경영이라는 개념이 특정부서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경영 전 과정에 통합되어야 함을 주장하며 마무리 짓고 있다.
이 소논문의 독특한 점은 현대 사회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윤리경영을 과거 조선시대의 인물인 임상옥의 경영방침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윤리경영이라는 조금은 어색한 개념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로 작용하며, 윤리경영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최근에 등장한 트렌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경영의 근본이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즉, 상업이 천대받던 조선시대에도 윤리경영이 이미 존재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이해를 돕는 장치로써 임상옥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상적인 선택이다. 임상옥은 TV 드라마와 소설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인물로 글 읽는 자의 흥미를 쉽게 유발함과 동시에 윤리경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문의 내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지적할만한 점이 있다. 첫째로, 본문에서 단순히 윤리경영으로 널리 알려진 몇 개의 기업들만 소개했을 뿐, 기업이 윤리경영을 도입하는 과정이나 성과 혹은 기업윤리의 유형 등의 세부적인 사항이 빠져있다. 다음으로, 윤리경영이 기업에게 이익이 되었다는 설명만 있을 뿐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통계자료 등이 첨부되어 있지 않아 읽는 이의 완전한 신뢰를 얻기가 어렵다. 셋째, 소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저자는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윤리경영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 지침, 평가시스템의 체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타 선진기업들보다 뒤쳐져있다.’라고 언급하였으나,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근거가 없는 주장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저자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윤리경영에 대한 연구 자료는 아직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그 양이 불충분하다. 따라서 연구 자료의 획득이 용이하지 않아 실증적으로 검증하지 못하고 사례분석을 통한 이론적 타당성만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 이 논문의 한계이다.
논문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은 내용을 보충하자면, 윤리경영의 성공적인 도입과 정착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최고 경영층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실제로 'Bell Atlantic'과 같은 기업은 CEO가 윤리담당임원을 겸직하면서 윤리경영을 전두지휘 하기도 한다. 둘째, 윤리경영이 기업가치 재고에 기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실제로 기업의 위험에 있어 많은 경우가 거래 대상자의 비윤리적인 태도에 기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특정기업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정보는 협력 업체 선정이나 기회주의적 행위를 사전에 통제하는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윤리 행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직접보상으로는 기본급이나 성과급의 일정 부분의 지급이 있으며, 간접보상은 승진에 관련된 평가에 가산점을 주는 방법이 있다. 이러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였다면, 이 논문은 좀 더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들어 윤리경영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소이자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하였다. 윤리경영을 충실히 실천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높여 이익창출과 고성장을 실현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여 도태하게 된다. 미국의 한 기업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윤리경영체계를 갖춘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두 배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화의 진전은 윤리경영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바꾸어 놓았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95%가 윤리경영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더구나 OECD 등 국제기구는 앞장서서 윤리경영을 규범화하고 표준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최근 이러한 변화에 맞춰 윤리헌장을 선포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의 30대 그룹 중 절반이 조금 넘는 기업만이 윤리헌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그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윤리헌장이나 행동지침 등을 제정하는 초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윤리경영체계를 확립하여, 세계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종서, Jong-sou Park
Exchange student at Arkansas State University
Undergraduate, Business Administration & Finance